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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챗GPT한테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남우주연상 누가 받을 것 같냐고 물어보니까 제가 유력 후보 3명 중에 있었다는 거예요. 기분은 좋았지만 진짜 상을 받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어요.”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의 주연 배우 이병헌은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수상이 불발된 데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미국 범죄소설 ‘액스’가 원작인 ‘어쩔수가없다’는 평생을 몸 담아온 제지회사에서 갑작스럽게 해고된 만수(이병헌)가 다 이룬 듯했던 가족의 삶을 지키려 재취업을 향해 고군분투하며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청약저축 소득공제 제지산업이 사향화되면서 일자리는 점점 줄고, 결국 만수는 자신의 경쟁자를 모두 제거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이병헌은 작품의 설정을 빌려 “내가 남우주연상을 타려면 인공지능(AI)이 예측한 나머지 두 사람을 제거해야겠다고 농담을 했지만 그 세 사람 중에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며 “박 감 금융통화위원회 독님은 다신 베네치아에 안 가고 싶다 하셨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렇게 작은 사람이 아니다. 감독님보다 조금 큰 사람”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어떤 작품으로 또 베네치아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었던 만수가 점점 살인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한 편의 차입 블랙코미디로 그렸다. 만수는 같은 처지에 놓인 동종업계 실직자 범모(이성민)와 시조(차승원), 선출(박희순)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끼면서도 결국 ‘어쩔 수가 없다’고 살인을 합리화하고 결국 그들을 죽게 만든다.
이병헌은 “자신과 닮은 세 사람을 차례로 죽이는 만수를 연기하면서 만수가 실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있다고 느꼈다”며 “마지막에 만수 뱅크하우스 가 다시 출근을 하면서 영화는 아무 일도 없었단 듯 가족을 비추지만 그들의 영혼은 다 무너져 내려 엉망진창이 되지 않았을까. 영화가 시작될 때 만수는 ‘다 이뤘다’고 얘기하지만 엔딩에서 그 말은 ‘다 잃었다’는 말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의 의미가 개인적으로도 남다르다고 했다. 이병헌은 “17년 전쯤 박 감독님이 슬쩍 지나 리드코프 광고 가는 얘기로 제작한다고 하셨던 미국 영화가 한국 영화로 바뀌었고, 거기에 제가 참여하게 됐다는 게 운명처럼 느껴졌다”며 “영화의 90%가 만수의 희노애락을 따라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는 관람객 분들이 제 모든 얼굴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인력이 기계로 대체되고, 종이가 디지털로 대체되는 영화 속 제지산업의 상황이 지금 극장산업이 처한 상황과 닮아 감정이입이 많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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