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행정정보시스템이 마비된 지 10일로 2주가 된다. 국가 행정망이 화재 한 번에 멈춰버린 사실도 문제지만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디지털 정부의 실상은 민망할 정도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일어난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전체 시스템 수가 709개라고 9일 정정했다. 당초 647개에서 62개 더 늘었다. 국정자원 내부 관리시스템인 'nTOPS'를 복구하면서 장애 시스템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달리 말하면 사고 발생 2주가 지나서야 피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얘기인데 황당한 일이다. 수천, 수만 가지도 아니고 고작 700개 남짓한 국가 행정시스템의 가짓수를 직접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먹통이 되자 알 방법이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법률사무소부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9일 오전 6시 기준 709개 시스템 중 193개가 복구돼 27.2%의 복구율을 보이고 있다. 사고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은 "밤을 새워서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민생 시스템을 복원하라"고 지시했으나 작업 진척은 예상보다 더디다. 공무원만 채근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담당 공무원들이 추석 연휴를 반납 메리츠자산운용 하고 매달렸지만 데이터 백업과 클라우드 분산 저장이 되지 않은 시스템 복구에는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압감을 못 이긴 담당자가 투신하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데이터 이중화 필요성은 3년 전 카카오 먹통, 2년 전 국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때 이미 여러 번 지적됐다. 민간 기업인 카카오는 실천에 옮겼지만 정부는 아무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예금이자율 관리 시스템이 소실되자 무슨 피해를 당했는지 파악조차 못하는 무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기본을 챙기는 자세다. 디지털 강국은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된 사회가 아니라 보호 인프라가 잘 구축돼 '디지털 블랙아웃'까지 가지 않는 국가다. 몇 년에 한 번씩 디지털 사고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회는 학자금대출 중도상환 '디지털 위험국가'일 뿐이다.